아름다운 글

주먹

사직동댁 2023. 6. 18. 07:30

주먹

 

나보다  부자인 친구에게 동정받아서

혹은 나보다 강한 친구에게 놀림당해서

울컥 화가 나 주먹을 휘둘렀을 때,

화나지 않는 또 하나의 마음이

죄인처럼 공손히

그 성난 마음 한편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덥지 못함.

 

아아, 그 미덥지  못함.

 

하는 짓이 곤란한 주먹을 가지고,

너는 누구를 칠 것인가.

친구인가 너 자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 죄 없는 옆의 기둥인가.

 

  -이시카와 다쿠보쿠-

      (손순옥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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