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청송 병든 어머니 집에 두고 청송 갔다점곡, 옥산, 길안 사과밭들 지나 청송 갔다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사과알들을 놓치기만 하며 푸르른 청송 갔다주산지를 물으며 청송 갔다주산지를 오래 걸으며 청송 갔다한밤중 동해를 향해 폭우 속,굽이굽이 태백산맥 넘어 청송 갔다옛날 어머니 찿아 푸르른 청송 갔다청송 지나 계속 눈 비비며 청송 갔다 이영광 아름다운 글 2024.06.22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퐁? 던졌더니 동그랗게 무늬가 생긴다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 끝도 없이 생긴다 종소리 같다 물무늬처럼 번지는 종소리 종소리처럼 번지는 내 마음 종소리 안에 온종일 네가 서 있다 장옥관 아름다운 글 2024.04.15
눈보라 눈보라 들판에서 눈보라를만나 눈보라를 보내네 시외버스 가듯 가는 눈보라 한편의 이야기 같은 눈보라 이 넓이여, 펼친 넓이여 누군가의 가슴속 같은 넓이여 헝클어진 사람이 가네 그 보다 더 고독한 사람이 가네 눈사람이 가네 눈보라 뒤에 눈보라가 가네 문태준 아름다운 글 2024.04.12
겨울 강변에서 겨울 강변에서 먼 수풀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새들은 왜 건너건너 날아가고 있나요 강 건너로 가서 살고 싶어요 어머니 얘야, 내 귓속을 들여다 보아라 찬바람 드나드는 갈대숲 말이냐 추운 저 새소리 말이냐 얘야 문인수 아름다운 글 2024.03.01
꽃이 아플 때 꽃이 아플 때 북풍이 불면 탱자나무 울타리가 엉엉 운다 산모퉁이로 돌아 소식이 멀다 어둠에 잠긴 시간이 수많은 가시로 자라나는 탱자나무 울타리에 남아 있는 소식을 기억하는 바람이 불면 어디로 떠나버린 꽃씨는 물이 되어 가시에 찔린 애기손가락에 핀 그 새빨간 꽃이 별이 되는 꿈을 본다 차한수 아름다운 글 2024.02.27
인연 인연 맨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모르는 사이였지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하마트면 그냥 지나칠 뻔한 그 순간 나는 키가 작아 앞줄에 앉고 너는 키다리 맨 뒷줄이 네자리 아,우리가 어떻게 단짝이 됐을까! 키다리 친구들과 둘러서서 바람이 가만가만 만지는 포플러나무 가지처럼 두리번거리다 나를 보고 너는 싱긋 웃으며 손짓한다 너를 보면 내 코는 절로 벌름벌름 내 입은 벙글벙글. 황인숙 아름다운 글 202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