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밥도둑
망나니가 아닐 수야 없지
날개까지 돋친 놈이
멀쩡한 놈이
공연히 남의 집 곡식줄기나 분지르고 다니니
이름도 어디서 순 건달 이름이다만
괜찮다 요샛날은
밥도둑쯤 별것도 아니란다
우리들 한 뜨락의 작은 벗이었으니
땅강아지, 만나면 예처럼 불러주련만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살아보자고, 우리들 타고난 대로
살아갈 희망은 있다고
그 막막한 아침 모래밭 네가 헤쳐갔듯이
나 또한 긴 한세월을 건너왔다만
너는 왜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 거냐?
하늘밥도둑아 얼굴 좀 보자
세상에 벼라별 도적놈 각종으로 생겨나서
너는 이제 이름도 꺼내지 못하리
나와보면 안단다
부끄러워 말고 나오너라
글; 심호택 사진;자대영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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