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하늘밥도둑

사직동댁 2006. 5. 21. 09:57

 

하늘밥도둑

 

망나니가 아닐 수야 없지

 

날개까지 돋친 놈이

 

멀쩡한 놈이

 

공연히 남의 집 곡식줄기나 분지르고 다니니

 

이름도 어디서 순 건달 이름이다만

 

괜찮다 요샛날은

 

밥도둑쯤 별것도 아니란다

 

우리들 한 뜨락의 작은 벗이었으니

 

땅강아지, 만나면 예처럼 불러주련만

 

너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살아보자고, 우리들 타고난 대로

 

살아갈 희망은 있다고

 

그 막막한 아침 모래밭 네가 헤쳐갔듯이

 

나 또한 긴 한세월을 건너왔다만

 

너는 왜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 거냐?

 

하늘밥도둑아  얼굴 좀 보자

 

세상에 벼라별 도적놈 각종으로 생겨나서

 

너는 이제 이름도 꺼내지 못하리

 

나와보면 안단다

 

부끄러워 말고 나오너라 

 

 

글; 심호택              사진;자대영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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