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시계추를 쳐다보며

사직동댁 2022. 6. 13. 21:01

시계추를 쳐다보며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왔다 갔다

(.....)언제나  그것만 되풀이하는

시계추의 생활은 얼마나 심심할꼬

 가는가 하면 오고 오는가 하면 가서

언제나 그 자리언만

긴장한 표정으로 평생을 쉬지 않고

하닥하닥 걸음만 걷고 있는

시계추의 생활을

나는 나는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나 역시 가는 것도 오는 것도아닌

그저 그 세월 안에서

세월이 간다고 간다고 감각되어

과거니 현재니

구별을 해가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가는 인생이아닌가

늙고는 죽고 ,죽고는 나고, 

나고는 또 늙는

영원한 길손여객이 아니런가

 

     김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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