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가노라면

사직동댁 2006. 8. 5. 20:45

가노라면

 

가노라면 쉴 데도 있을 테지

가노라면 까치가 우는 마을도 있을 테지

눈 위에는 짐승 발자국 두어 개

산 넘고 들을 건너

눈 덮인 길 가네

 

가노라면

맑은 햇빛 눈부시겠지

얼음이 녹고 눈이 녹을 테지

가노라면

달이 뜰 테지

여우가 달리는 오솔길도 나올 테지

꿈속에서처럼 멀리 기적소리 들릴 테지

빙긋 쳐다보고 웃는

길동무도 있을 테지

가노라면

얼음 밑을 기는 물소리도 만날 테지

 

가노라면

큰 산 큰 강물 긴 다리도 만날 테지

40년 걸은 이 길을

가노라면

아 가노라면

보고 싶던 산천 만나게 될 테지

새해의 흰 눈 밟고 또다시 가네 흰 길 가네

 

       

 

                                                          -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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