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배룡나무 부처

사직동댁 2021. 7. 1. 21:11

배룡나무 부처

 

송광사 대웅전 앞에

배룡나무 한 그루

너른하게 꽃피우고 있었다

 

다붓한 절간

눈맛나는 붉은 꽃송어리마다

술렁이는 꽃빛발에

대웅전 부처님은 낯꽃피고

나는 꽃멀미로 어지러웠다

 

밤그늘이 조계산 기슭을

바름바름 기어내려올 때쯤에야

이곳에서는 배룡나무가 부처였음을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허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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