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사직동댁 2023. 5. 3. 16:57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먼저 본 줄 알았지만

봄을 쫓아가던 길목에서

내가 보아 주기를 날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 건 줄 알았지만

바람과 인사하고 햇살과 인사하며

날마다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먼저 웃어 준 줄 알았지만

떨어질 꽃잎도 지켜 내며

나를 향해 더 많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더 나중에 보아서 미안하다.

 

       정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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