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장마

사직동댁 2023. 7. 10. 19:04

장마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

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천상병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바람을 만나  (0) 2023.09.08
무화과 숲  (0) 2023.09.04
그 날  (0) 2023.06.30
행복 2  (0) 2023.06.26
주먹  (0)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