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전라도 가는 길

사직동댁 2006. 6. 20. 17:07

 

 

전라도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한하운-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  (0) 2006.06.22
빈집  (0) 2006.06.21
미제 철모  (0) 2006.06.19
늙어서 나눌 이야기  (0) 2006.06.18
행복  (0) 200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