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빈집

사직동댁 2006. 6. 21. 22:13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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