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개화 꽃이 피네 한잎 한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 아름다운 글 2022.03.08
입춘일기 입춘일기 겨울이 조용히 떠나면서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다음에 또 만날수 있기를 봄이 살그머니 다가와 나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또 만나서 반가워요. 딱딱한 생각을 녹일 때 고운 말씨가 필요할 때 나를 이용해 주세요. 어서 오세요. 봄! 나는 와락 봄을 껴안고 나비가 되는 꿈을 꿉니다. 이해인 아름다운 글 2022.03.01
선물 선물 나는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에게는 눈물을 주었고 세 번째 사랑에게는 그 오랜 세월 침묵을 주었지. 내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지,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런데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사라 티즈데일 아름다운 글 2022.02.19
접시는 접시는 뜨거운 아귀찜을담는다 맵고 짜거나 새꼼하고 차거워도 싫다 않고 끌어 안는다 푹 삼은 시금치의 늘어진 마음 고향 떠난 고등어의 비린 외뢰움 늙은 시래기와 상추의 젊은 생각 해가 서산에 지면 그 많은 사연 다 씻어내고 맑은 낯으로 살강에 눕는다 이성순 아름다운 글 2022.02.08
시인이란 누구인가 시인이란 누구인가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고 동시에 시를 쓰지 않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매듭을 끊는 사람이고 스스로 매듭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고 거짓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다 넘어지는 사람이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떠나가는 사람이고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타데우시 루제비치- 최성은 옮김 아름다운 글 2022.02.07
쏴아 쏴 쏴아 쏴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는 푸른 잎으로 쏴아 쏴 바람이 불어오면 바다는 하얀 파도로 쏴아 쏴 천만년 오간 바람 너그들 마음 다 안다 쏴아 쏴 쇠한뫼 아름다운 글 2022.02.04
시간 2 시간 2 보이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들리지 않는 그러나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끊임없이 나아가는 떠날 곳이 없고 다다를 곳도 없는 아득함 그 간절함 유자효 아름다운 글 2022.01.25
국물 국물 메루치와 다시마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 국수를 만 듭니다 바다의 쓰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ㅡ 중략 ㅡ 상징적으로 메루치와 양파를 섞어 우려낸 국물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바다만큼 들판만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몸을 우리고 마음을 끓여서 섞어진 국물을 마주보고 마시는 그는 내 생의 국물이고 나는 그의 국물이었습니다 신달자 아름다운 글 202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