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벗 가는 길에 당신이 길동무 된다면 멀어도 발거름이 가볍겠지요. 외로운 길에 당신이 말동무 된다면 살며시 입을 열고 속삭이겠지요. 힘든 일에 당신이 일동무 된다면 무거워도 싫지 않는 수고이겠지요. 아파할 때 당신이 손동무 된다면 쓰린 가슴만져주니 시원하겠지요. 서러울 때 당신이 울동무 된.. 아름다운 글 2006.06.25
약속 약속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로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 천상병- 아름다운 글 2006.06.23
진달래 진달래 수줍어 옷깃 여미며 님이 되어 오셨네 이산 저산 온산에 점점이 피어난 연분홍 포근하고 순박하니 아침 눈뜬 내 누이같구나 화사한 그대 웃음 아롱아롱 번지면 산골짝 뻐구기도 임 그리워 뻐국뻐꾹. -김 동(월간문학.2006.1)- 아름다운 글 2006.06.22
빈집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 아름다운 글 2006.06.21
전라도 가는 길 전라도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 아름다운 글 2006.06.20
미제 철모 미제 철모 탄탄허지 많이 푸지 똥바가지로는 그저 그만이여 암만 ! 뚝닥뚝닥 연장을 만들며 농부는 무심한데 철모야 물 건너온 철모야 너 당최 괴롭다 말아라 남의 땅 피투성이 싸움 참견 끝났거든 기왕에 온 것 흙으로 돌아갈 것 농사도 한바탕 거들고 가려무나 곰삭은 조선 똥물 홱홱 뿌려 말라붙은 .. 아름다운 글 2006.06.19
늙어서 나눌 이야기 가난한 시인부부의 젊은 시절 이야기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세수를 하고 아침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시인의 아내가 쟁반에다 삵은 고구마 몇개를 담아 들고 들어왔다. "햇고구마가 하도 맜있다고 아랫집에서 그러기에 우리도 좀 사왔어요. 맛이나 보세요." 남편은 본래 고구마를 좋아하지.. 아름다운 글 2006.06.18
행복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 아름다운 글 2006.06.17
사슴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 사진;소림이 아름다운 글 2006.06.16
소라 소라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 속을 그린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조병화- 아름다운 글 200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