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네.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나의 죽음도 같은 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아름다운 글 2022.09.24
능소화 능소화 누가 봐 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압술 벌리고 피었다가 툭 떨어지는 어여뿐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 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나태주 아름다운 글 2022.09.07
산구절초 산구절초 밤새 하얗게 하얗게 서리 내려 내 가슴 뒤척이다가 시들어 은행잎 수북이 쌓인 길 쭉정이 몸 웅크리고 상처 위에 상처 덧쌓일까 발 비켜 딛으며 공사장 가는 새벽 안개 속 피어오르는 그리운 얼굴 았어 눈물 피잉 돌아 쳐다 본 언덕 가슴속에서 걸어 나가 저기 하얗게 핀 그리움 김해화 아름다운 글 2022.08.20
병 병 태어난 제 나라를 부끄러워하는 것 지나간 사랑을 한탄하는 것 부정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것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술잔 들고 술 깬 후의 슬픔을 미리 생각하는 것. 사토 하루오 (유정 옮김) 아름다운 글 2022.08.18
숲 숲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리면 나무둘이 흔들린다 나무 둘이 흔들리면 나무 셋도 흔들린다 이렇게 이렇게 나무 하나의 꿈은 나무 둘의 꿈 나무 둘의 꿈은 나무 셋의 꿈 나무 하나가 고개를 젖는다 옆에서 나무 둘도 고개를 젖는다 옆에서 나무 셋도 고개를 젖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나무 들이 흔들리고 고개를 젖는다 이렇게 이렇게 함께 강은교 아름다운 글 2022.08.08
눈 사람 눈 사람 -치매행 . 234 사랑은 눈사람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슬그머니 목련 가지 끝에 앉아 있다. 연인들은 목이 말라 사막을 헤매지만 겨울이 가고 나면 나뭇가지마다 꽃을 다는데, 아내의 나라에는 봄이 와도 내리 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김동호 아름다운 글 2022.08.01
다리 다리 사람은 몸에 옷을 맞추지만 때로는 몸에 옷을 맞추라고 한다. 짧은 다리는 긴 다리 보고 맞추라고 하고, 긴 다리는 짧은 다리한테 맞추라 한다. 짮거나 길거나 다를 것이 없는데 우리는 다른 것을 내 것에 맞추려 든다. 아내여, 우리는 그렇지 않았던가 말없이 누워 있는 아내에게 묻노니. 김동호 아름다운 글 2022.07.25